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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이란 (이치환 사진가 글 소개)
한진수
916

이치환 사진가가 쓰신 좋은 사진을 보는 관점을 적은 글을 참고삼아 게재합니다.
선생님의 관점이 모쪼록 도움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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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 기준이 될만 한 것이 뭐가 있는가?

 

소위 사진을 오래 하신 선배님들이 '사진 좋다, 나쁘다' 판단할 때 나름대로 기준이 있다. 나도 젊은 시절엔 "고루한 이론과 자기만족에 빠져 있는 사람이 어찌 내 사진을 알랴~ 하고 무시했다.

 

간혹 명성을 날리고자 하는 청운의 꿈을 가지고 출품한 사진이 입선도 못하고 되돌아 왔을 때는, "그럼 그렇지, 이 정도 의미있고 철학적인 사진을 이해할 수가 없지! 세계적인 사진가 정도가

되야 이해할 수 있는 사진이니...출품한 내가 어리석지" 이렇게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를 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화가 났다. "도대체 누가 어떤 기준으로 뽑기에 번번이 낙방만 하는거야!! 우리 나라 사진계에 이리도 인재가 없단 말야!!??" 나는 사진 심사하는 장소 그 현장을 보고 싶어 졌다.

아니 나도 심사를 하고 싶어 졌다. 그 바램이 늦게 우연히 이루어졌다.

 

나는 이름 난 사진인을 내 손으로 심사위원으로 선출해서 2천여점 가량의 사진을 심사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과정 내내 곁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좋은 사진은 한눈에 보여진다, -좋은 사진은 이의가 없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좋은 사진의 판단기준은 -단번에, 한 눈에!- 이거라는 겁니다. 그럼 나쁜 사진은? 눈에 전혀 보이질 않는다. 좋은 사진들이 너무 강열하게 시선을, 마음을 사로 잡아서 나쁜 사진은

눈에 띄지도 않았다. 이 경험을 한 후 나는 사진에 대해 조금 알 게 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사진은 시각을 강열하게 끌어야 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사진을 앞에 펼쳐 놓고 사진을 찍은 이유는 이렇고, 구도를 이렇게 한 이유는 저렇고, 렌즈가 짧아서 또는 길어서, 빛이 나빠서, 촬영 장소가 이래서 등등 설명을

구체적으로 하며, 그 사진은 그 순간 최선의 방법으로 가장 잘 찍혀진 것이라 인정받고 싶어서 안달한다. 공모전 출품도 이렇게 최고의 사진이라는 자기만족이 있어야 당당히 출품을 한다.

아마 말로 설명으로 공모전 심사를 한다면 1년이 지나도록 그 공모전은 사진을 뽑지 못하고 말 것이다. 사진을 눈으로만 심사하는 방법이 얼마나 당연한지!

 


-한 눈에 보여지는 사진의 공통점

 

한 눈에 보이는 사진은 그럼 왜 어떠 하길래 그럴까? 심사가 끝난 후, 나는 최우수작부터 입선 마지막 사진까지 모두 바닥에 펼쳐놓은 채 밤 늦도록 보고 또 보았다.

무엇이, 어떤 요인이 좋은 사진 또는 나쁜 사진으로 만드는가?

 


<좋은 사진의 공통점>

 

칼라사진은 색 구성이 신비스러울 정도로 특이하고, 흑백사진인 경우 콘트라스트와 회색농담이 사진이미지를 분명하게 결정한다. 그리고 표현이 매우 자연스럽다. 무엇을 찍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고, 구성이 깔끔하다.

 

그럼 나쁜 사진은? 좋은 사진의 반대로 보면 맞다.


정리하면, 시각적으로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그 표현의 사진적 기술이 뛰어나고 또한 자연스럽게 표현된 사진이라는 것이다.

메시지란 작가의 의식 또는 인식일 것인데,
그 의식이 분명하게 표현되었고, 선택한 피사체가 적합해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일견 시선을 사로잡았을지라도 마음을 잡지 못하면 아쉽게도 하위로 밀려난다.

사진을 한 눈에 알아보는 사람들은 과히 사진 도사라 해도 무리가 없다. 한 장 사진을 보면 찍은 사람의 생각, 사진 경력, 성별까지도 알아 버린다고 한다. 이 정도는 아닐지라도 좋고 나쁜 사진을

분별하는 눈은 사진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시험을 자주 해보았다. 어설프지만 왠지 마음에 드는 사진과 기술적으로 거의 완전한 사진을 골라 사진을 전혀 모르는 어린애들에게 보여주면서 어느 사진이 마음에 드니? 하고 물어보고,

사진을 열심히 배우며 공모전에 출품도 하고 상도 제법 타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같은 질문을 하고, 또 오래 사진을 한 진지한 사진가에게 보여주고 같은 질문을 하곤 했다.

어린 아이와 진지한 사진가는 같은 사진을 선택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어설프지만 왠지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른다. 다시 말해 마음에 다가오는 느낌으로 좋고 나쁜 사진을 선택한다는 말이다.

기술적인 테크닉은 눈만 끌지만 표현된 이미지는 마음을 움직인다.

 


-좋은 사진을 판단하는 기준?

감수성이 뛰어 난 어린 아이들은 '이미지가 독특하지만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진'을 고른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진지한 사진가도 대체적으로 감수성이 뛰어난 어린 아이들과 같은 사진을 고른다.

여기서 얻은 결론, 좋은 사진은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선택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는 순간 마음에 그냥 담겨 진다.

굳이 이론적인 기준을 말하면, 사진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분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나는 사진 기술적인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표현된 내용적인 측면이라고 본다. 미국의 어느 유명한 사진가(화이닝거던가?)는 '내용적인 면을 예술성'이라고 한다.

사진의 기술적인 측면은 배우기도 쉽고, 가르치기도 쉽다. 대부분의 사진 공부 과정은 이것에 집중되어 있다. 사진에서 기술적인 공부란, 사진기와 필름과 현상인화 시스템과 촬영 시스템 등

기계적이고 기능적인 특징에 대한 공부다. 대부분 반복적으로 실습하면 금방 익숙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노력만 하면 누구나 비슷하게 실력이 늘어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예술성이라고 말해지는 사진표현 내용에 대한 공부는 참으로 모호하고 어렵다.

사진교육 과정에서 '사진사, 사진가론, 사진심리학(시각심리학), 그리고 다양한 교양 과정'의 공부가 사진 내용을 구성하는 데 영향을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진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

즉 사진가 자신의 삶의 철학이 그 자신이 만드는 사진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기에 사진은 사진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라고도 말해진다. 그러므로 좋은 사진이란 진지한 삶을

살아가는 사진인의 가치있는 삶이, 사진이라는 표현매체가 가진 특성에 의해 잘 표현되어져, 그 사진을 보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사진이라고 정의되어 진다.

물론 사진에는 '기록적인 가치를 가지는 사진'과 '예술성을 가치로 가지는 사진'이 서로 다르다고도 하겠지만, '사진가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으며, 그것이 뭇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근거로 하는 본능적인 단순한 판단에 의해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으로 순식간에 구별되어져 버린다고 보여진다. 사진을 보는 사람의 눈을 통한 마음의 판단 작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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