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포토 심사평 (심사위원 윤세영 사진예술편집장)
우리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어떤 것과 눈앞에 보이는 대상이
서로 반응을 일으키는 순간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수없이 많은 상황 가운데 사진가가 그 순간 그
장면을 선택한다는 자체가 특별한 끌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고르는 심사위원도 마찬가지
다. 많은 사진 가운데 한 장을 선택하는 것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좋은 사진의 기준에 부합되어
서이다. 물론 ‘좋은 사진’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 대답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마음을 움
직이는 사진이라고 답한다면 어떤 사진이 마음을 움직이냐는 질문이 따라올 것이다.
엘리사님의 “누구니?”를 본 순간 순전히 내 개인의 경험에 의한 것이지만 고 김기찬 선생님의
“골목안 풍경”이 떠올랐다. 김기찬 선생님은 삼사십 년 동안 서울의 골목을 촬영해왔고 지금 그
가 기록한 대부분의 골목은 재개발로 사라졌다. 그 친근한 기억 때문에 엘리사님의 이 사진에 눈
길이 갔고, ‘다른 작품 더보기’를 눌렀다. 작가가 거주하는 곳인지, 아니면 촬영하기 위해서 자주
가는 동네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민들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동네가 소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되어 있다.
어쩌다 건진 사진이 아니라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 점이 호감을 준다. 여기 이 사진은 그 동네
시리즈 중에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다. 대낮의 주택가에는 노인과 아기, 강아지들만 한가롭기 마
련이다. 노동력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일터로 나갔을 터. 그런 한적함이 묻어나는 좁은 골목에서
아기와 강아지가 반갑게 만났다. 오른쪽에 빼꼼하게 열린 직선의 대문, 왼쪽으로는 휘돌아진 곡
선의 골목 그리고 허리를 구부린 할아버지와 아기, 강아지의 키가 순서대로 작아지면서 화면에
변화를 주고 있다. 엘리사님은 멋진 한 컷도 좋지만 이 시리즈를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 2010. 6. 18. 선정>
오늘 아침에 참 기분좋은 소식을 접했다.
네이버 오늘의 포토에 선정된 것이다. 그동안 베스트포토에는 몇 차례 선정된 적이 있지만 오늘의 포토에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이 작품을 선정해 주신 윤세영 편집장의 심사평이 너무 과분하게 와 닿는다.
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좋은 사진'이 언급된 심사평에 많은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좋은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게 해주시는 주님의 동행하심에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윤세영 편집장이 언급한 김기찬 선생님의 '골목안 풍경'이 떠올랐다는 심사평은 내게는 너무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김기찬 선생님의 사진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고 나도 이렇게 담아 나갈수
있을까 라는 기대와 목표로 작업을 하고 있는 내게는 감상자, 그것도 내 작품을 평가하는 전문가에게
그렇게 전달되었다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또 한가지 과분한 평은 '어쩌다 건진 사진이 아니라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 점이 호감을 준다.'라는
부분이다. 이 평이야 말로 내게 주는 가장 큰 호평이 아닌가?..... 정말 감사하고 결국은 사진도
내 사랑과 진심이 그대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더욱 확신하게 된다. 그것은 더욱 겸손하고 성실한
접근과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서민들의 삶을 사진으로 담아 낼때 그들의 고단하고 힘든 부분을 보고, 또 표현하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지난번 본의 아니게 내 작품의 모델이 되었던 마임공연을
하는 욱희군이 나와 참 많은 부분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비록 나이는 나보다 한 참 아래지만...
서민들의 삶, 서민의 기준이 뭘까?.. 아마 경제력일 것이다. 현실은 그렇다.
소위 달동네라고 하는 곳에 사는 분들 말고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서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삶에는 고단하고 힘든 삶이 주된 포커스가 될 수 없다. 조금만 그들을 지켜보고 대화해 보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이 그 곳에 있다. 그 행복하고 아름다운 곳에 힘들고, 지치고, 아프고, 시기하고,
미워하고 싸우는 그런 시간도 함께 있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 내는 것이 그들의 진정한 삶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그들의 진정한 아픔과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천하와도 바꿀수 없는 사람을, 그들의 삶을 제대로 담아 낼 수 있는 합당한 마음을 갖게 해 주시기를
하나님께 기도 드린다.
아뭏든 윤세영 편집장의 마지막 조언처럼 멋진 한 컷을 위한 유혹에 넘어지지 말고, 그들이 삶이
그러한 것 처럼 진지한 작업을 하기 위한 마땅한 준비를 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